2023년 여름, 영화 '바비'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점령했다. 그리고 영화의 피날레를 장식한 한 곡의 노래가 있었다.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와 그녀의 형 피니어스(Finneas)가 만든 'What Was I Made For?'는 마고 로비(Margot Robbie)가 연기한 바비의 정체성을 묻는 순간, 극장의 모든 관객을 울렸다. 이 곡은 단순한 영화 삽입곡이 아니었다. 그것은 창작의 위기에 빠진 두 뮤지션에게 내려진 천사의 선물이자, 동시에 빌리 아일리시 자신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창작의 위기를 구한 영화 제안
2023년 초, 빌리 아일리시와 피니어스는 심각한 창작 위기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곡을 만들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레타 거윅(Greta Gerwig) 감독이 '바비' 영화의 미완성 장면들을 보여주며 '바비의 심장 노래'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의 제안이었다. 거윅 감독은 매우 너그러운 태도로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난 뭐든 좋아할 거야'라고 말했다.
1월 17일, 빌리와 피니어스는 영화의 첫 30분을 본 후, 거윅 감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여러 클립들을 함께 보게 되었다. 그것은 바비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담긴 장면들이었다. '난 누구야? 내가 뭘 위해 만들어졌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었다.

하나의 밤에 완성된 명곡
그들은 그날 밤 곡 쓰기를 시작했다. 감정이 너무 격렬했기 때문에, 다음날도 이 곡에 대해 마구잡이로 얘기하며 거의 전체 곡을 완성했다. 피니어스는 후에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뭔가 중요한 것을 건드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빌리는 그 과정에서 바비라는 캐릭터에 깊이 몰입했다. 하지만 처음엔 자신이 왜 그렇게 감정이 고조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며칠 뒤에야 깨달았다. 'Oh, this is me and my story(아, 이건 나와 내 이야기다)'. 바비가 묻는 질문 '내가 뭘 위해 만들어졌지?'는 정확히 빌리 아일리시 자신이 던지고 있던 질문이었다.
"이 곡을 쓰는 것이 나를 구원했어. 창작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줬어."— 빌리 아일리시, 골든글로브 시상식
전 세계 시상식을 석권하다
2023년 7월 13일 공개된 'What Was I Made For?'는 순식간에 전 세계 차트의 정상을 차지했다. 호주, 아일랜드, 스위스, 영국에서 1위에 올랐고,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도 1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진정한 승리는 시상식에서 나왔다.
2024년 1월,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고의 오리지널 곡상을 받았다. 2월의 그래미상에서는 무려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올해의 노래'와 '비주얼 미디어를 위한 최고의 노래'를 수상했다. 특히 '올해의 노래'는 1997년 셀린 디옹의 '마이 하트 윌 고 온(My Heart Will Go On)' 이후 영화 삽입곡으로서는 처음 받는 영예였다.
3월 10일 제96회 아카데미상에서 최고의 오리지널 노래상까지 거머쥐면서, 빌리 아일리시와 피니어스는 영화 음악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 그들은 3년 사이에 두 번의 오스카를 받은 최초의 현대 작곡팀이 되었다 (지난 2022년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로 이미 한 번 수상했음).
성숙함과 취약함의 교차점
'What Was I Made For?'의 가사와 멜로디는 빌리 아일리시의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결의 음악이다. 이전의 어둡고 강렬한 래퍼스타일의 빌리가 아니라, 깊고 부드러운 보컬로 자신의 내면을 펼쳐 보인다. 피아노와 스트링이 어우러진 미니멀한 프로덕션은 가사의 취약함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곡의 핵심 메시지는 간단하지만 강렬하다. 누구나 삶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묻는 순간이 있다. 바비는 핑크 드림 월드에서 벗어나 현실의 복잡성과 마주하면서 그 질문에 부딪힌다. 빌리는 그 순간을 자신의 언어로 노래했고, 전 세계 수백만 명이 그 노래 속에서 자신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