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스웨덴 밴드 더 카디건스의 니나 퍼슨은 아이라이너를 짙게 그리고 카메라 앞에 섰다. "Love me, love me, say that you love me"— 그 달콤하고도 처절한 목소리는 전 세계 라디오를 점령했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첫사랑의 상큼하고 아련한 감각 그대로 귓가를 맴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틀어준 노래
1996년 바즈 루어먼 감독의 영화 《로미오+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현대 로스앤젤레스로 옮겨 놓으며 세상을 뒤흔들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즈가 주연한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이 수족관 너머로 첫눈에 반하는 장면, 바로 그 순간 흘러나온 곡이 "Lovefool"이었다. 스웨덴 룬드 출신의 다섯 남녀가 만든 팝 송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심장부에 꽂힌 것이다. 영화 개봉과 함께 노래는 폭발했다. 미국, 영국, 호주, 유럽 전역 차트를 강타하며 더 카디건스를 하룻밤 사이 세계적 밴드로 올려놓았다.
보사노바에서 디스코로 — 탄생의 뒷이야기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이었던 건 아니었다. 기타리스트 피터 스벤손이 처음 멜로디를 구상할 때, 이 곡은 부드러운 보사노바 리듬을 품고 있었다. 앨범 《First Band on the Moon》 작업 중 프로듀서 토레 요한손은 "이 멜로디엔 더 강한 그루브가 필요하다"며 디스코 영감의 편곡을 제안했고, 밴드는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변화—원래 후렴구는 피터의 안대로 "Love me, love me..."로만 끝날 예정이었지만, 니나 퍼슨이 "Fool me, fool me, go on and fool me"를 덧붙이며 곡에 자기 기만의 뉘앙스를 심었다. 달콤한 팝 멜로디 속에 쓴 진실이 녹아드는 순간이었다.

"사랑받기 위해 뒤로 젖히는 것, 그건 매우 인간적인 일이에요. 이 노래의 화자는 자신이 얻게 될 것이 진짜가 아님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죠."— 니나 퍼슨, Lovefool의 의미에 대해
사랑 한 조각이라도 — 자기 기만의 아름다운 초상
이 곡이 30년 가까이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멜로디가 좋아서만이 아니다. "진짜 사랑이 아닌 걸 알면서도 버릴 수 없는 감정"이라는 주제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다. 니나 퍼슨의 표현대로, 우리는 종종 사랑의 부스러기를 쥐고도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노래는 그 나약함을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아름다운 팝 멜로디로 포장해 우리에게 되돌려준다. 그래서 이 곡을 들으면 달콤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뭉클하다. 저스틴 비버도 2010년 자신의 버전으로 이 곡을 재해석하며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했다.

첫사랑처럼, 영원히 상큼하게
더 카디건스는 《Gran Turismo》(1998), 《Long Gone Before Daylight》(2003) 등으로 음악적 깊이를 더해갔지만, "Lovefool"은 언제나 이 밴드의 가장 빛나는 얼굴로 남아 있다. 수족관 너머 첫눈에 반한 줄리엣처럼, 이 노래는 듣는 이의 마음에 첫눈에 꽂혀 영영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