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옷장 안에서 헤드폰을 끼고, 포트나이트 유튜버였던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명곡 하나를 써내려갔다. 2005년생의 d4vd는 저작권을 피하려고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결국 영화 <업>에서 받은 감동을 씨앗으로 세대의 러브 앤썸을 피워냈다.

포트나이트 유튜버에서 인디 팝 아이콘으로
d4vd의 본명은 David Anthony Burke. 2005년 3월 28일 뉴욕 퀸스에서 태어나, 13세에 텍사스 휴스턴으로 이주한 그는 원래 포트나이트 게임플레이 영상을 만드는 유튜버였다. 하지만 영상에 들어간 배경 음악이 저작권 문제를 일으키자, 어머니의 제안으로 직접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스튜디오'는 누나의 옷장이었다. 간이 방음 부스 역할을 하는 그 좁은 공간에서, 그는 소셜 음악 플랫폼 BandLab을 통해 트랙을 쌓아 올렸다.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지고, 고립 속에서 창의성을 찾아가는 법을 배웠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전문 스튜디오도, 멘토도, 레이블도 없이 오직 호기심과 귀 하나로 음악을 익혔다.

영화 '업'에서 꺼낸 사랑의 언어
2022년 9월 22일 발매된 "Here With Me"는 한국 인디 프로듀서 Blueday의 2021년 트랙 "Snow Day"를 샘플링하고, 프로듀서 Dan Darmawan과 공동 작업한 베드룸 팝 곡이다. 곡의 영감은 픽사 애니메이션 <업>의 첫 장면에서 비롯됐다. 칼과 엘리가 함께 나이 들어가는 그 짧은 몽타주를 보며, d4vd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함께 늙어가며 모든 것을 경험하는 커플에 대한 곡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쓰지 않는 사랑의 부분들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거창한 드라마가 아닌, 매일 아침 곁에 있어주는 사람에 대한 조용하고 단단한 헌신. 뮤직비디오(감독: Arman Mitchell)는 이 감성을 그대로 옮겨,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 함께하는 두 연인의 여정을 담았다. 2025년 11월 기준 유튜브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2억 6,600만 회를 넘어섰다.
"아무도 쓰지 않는 사랑의 부분들을 담으려 했어요. 함께 늙어가는 것, 비극 없이 그냥 거기에 있는 것에 대해서."— d4vd
곡이 틱톡에서 바이럴되면서 d4vd는 Darkroom / Interscope Records와 계약을 맺었다. 그의 또 다른 대표곡 "Romantic Homicide" 역시 빌보드 얼터너티브 1위를 기록하며 세계 무대에서의 입지를 굳혔다. 한국의 검정치마가 인디 감성과 감정의 밀도로 팬들을 사로잡듯, d4vd는 베드룸 팝의 결로 그 공백을 채운다는 평을 받는다.

Z세대의 사랑 노래가 차트를 흔들다
"Here With Me"는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최고 60위를 기록했고, 빌보드 핫 얼터너티브 송 차트에서는 4위까지 올랐다. 스트리밍과 틱톡 영향력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한 이 곡은, 발매 수개월 후에도 지속적으로 차트를 재진입하며 롱런했다.
한국에서의 반응도 특별했다. 감성적인 분위기와 몽환적인 사운드가 국내 인디 팬들의 감수성과 맞닿으며, '미국의 검정치마'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포트나이트 게임 채널에서 시작한 소년이, 전 세계 수억 명이 사랑하는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년 남짓이었다.
d4vd가 누나의 옷장에서 만든 음악은 결국 세계 무대 위에 섰다. "아무도 쓰지 않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누군가의 가장 솔직한 감정에 닿았고 — 그것만으로 충분했다.